지난 주말, 우중충충충한 날 사이에 오아시스처럼 반짝 드러난 봄을 만났다.
우리 세모녀는 축구시합이 있다는 아빠 차에 몸을 싣고 모처럼 축구 구경도 하고 축구경기장 옆에 있는 동물원에도 들를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하지만 주차장은 그야말로 만원이었고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아빠만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향해야 했는데
동물원 입구만 구경한 아이들이 나를 가만놔둘리가 만무하지.
엄마를 아주 그냥 양파볶듯이 달달달달 볶아대니 어쩔 수 없이 집 앞에 차를 받치고 걸어걸어 동물원까지 가기에 이르렀으니.
이런저런 놀이기구를
혼자서 4개 다 타시고는
마지막으로 뭘 탈지 고심중이신.
다행이 내내 주무신 현서는 언니 놀이기구 순례를 마칠때 쯤 일어나
에미와 언니를 기쁘게 해주었지
저도 자주느라 힘들었다구요
누,누님 대낮부터 왜 그러세요
삐질;;
이 자매님들께선 한 앵글에 잘 안들어가 있기로 유명한데
용케 둘이 같이 찍혔네
비록 시선은 따로따로지만;
오리 피곤하니까 이제 고만 좀 가자고 해도
한 자매님은 손잡고
이 자매님은 발붙잡고 작별인사하느라 밤까지 샐 기세니
오리 대신 내가 친히 소리를 꽥꽥 질러대서 겨우 떼어놨;
집까지 걸어갈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우리는
아빠 축구끝나고 뒷풀이 내기족구하는데로 가 합류
그 따뜻하고 반짝이던 봄 날은 어드메로 사라지고
이때부터 급 추워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월욜부터는 비가 내리고
강원도와 지리산에는 하얀눈이 펑펑 내리질 않나
바로 어제까지 봄기운은 다시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
이 날의 기억은 모두 다 꿈이었을까..